포도밭 그 사나이 (KBS 미니시리즈 '포도밭 그 사나이' 원작)

 

2006년 KBS 드라마(윤은혜, 오만석 주연)

 '포도밭 그 사나이' 원작!




 

 

* 작품 소개


아닌 밤중 홍두깨라더니,
얼굴도 잘 모르는 당숙할아버지께서 포도밭을 물려주신단다.
단, 일이 년간 포도 농사를 지으면!

하지만 농사를 지으라니!
땅이 아무리 넓어도 안 받고 말지 어떻게 농사를 지어!

하지만, 엄마한테 떠밀려 억지로 내려와 보니
집은 화장실도 재래식 그대로인데다 씻을 곳도 마당 수도꼭지 달랑 하나.
게다가 포도밭 둘러보러 나간 그 길부터 잔소리 쳐대며 일 시키는,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자체인 일꾼.

일은 너무나 고되고, 한여름 볕에 피부는 다 상하고,
고작 열흘 만에 서울에선 나름 빠지지 않던 내가
밋밋한 운동화와 몸빼 바지에 때가 잔뜩 탄 모자를 쓴
완전 시골아낙네가 되어버렸다.

땅이고 뭐고
나 정말 돌아가고 싶다고~!!

 

 

* 저자 소개

 

-김랑

약력
농염한 서른네 살. 두 아이의 엄마
죽을 때까지 남편에게 섹시한 여자로 남고 싶은
괴상한 아줌마.
현재 다음카페 수지똥누나의 발전소에서 연재 중


출간작
시크릿 다이어리
사랑한다면 그들처럼 전 2권
월든가 형제들의 사랑 1,2,3부
막을 수 없는 사랑
콜라 전 2권
클럽 맨해튼 전 2권

전자책
씩씩한 강이 전 3권
10월 둘째 주 수요일 새벽 2시
남자의 눈물
지상에서 가장 황홀한 키스
가슴 가득 사랑을

 

 

* 미리보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도저히 눈이 떠지지 않았다. 자신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라는 것도 모르고 계속 뒤척거리는데 문이 벌컥 열렸다.
“일어나요!”
누군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
지현이 눈도 뜨지 못하고 자동반사적으로 네? 하고 물었다.
“일어나요!”
남자목소리였고 꽤나 무뚝뚝했다.
지현이 가까스로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리자 방문 앞에 웬 시커먼 남자가 서있었다.
“누구세요?”
“일어나요. 아침 먹어요.”
“네?”
“거 참, 몇 번을 말해요? 일어나서 아침 먹으라고요!”
남자가 버럭 화를 내더니 방문을 쾅 닫고 가버렸다.
“뭐야? 아니, 누군데…….”
불쾌감이 치솟아 벌떡 일어났던 지현은 텅 빈 방을 보고 이곳이 서울의 자신의 방이 아니라 당숙할아버지네 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참, 할아버지네 왔지? 아니, 그런데 저 사람 뭐야?”
지현이 방문을 활짝 열었을 때 지현에게 소리치던 남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아직 날도 채 밝지 않아 어두컴컴한데 여자 혼자 자는 방문을 열어젖히는 경우는 또 무엇이며 언제 봤다고 신경질을 내는 건가. 예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지현은 방에서 나와 자신의 뾰족한 하이힐을 신고 마루로 건너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주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지연이 주방을 들여다보자 웬 남자가 주방에서 상을 차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지현의 물음에 남자가 고개를 돌리더니 지현을 쳐다봤다. 지현을 쳐다보는 남자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저 표정을 어떻게 표현할까? 한심하다는 것도 아니고 우습다는 것도 아니고 진짜 삐딱한 표정이다.
“김 영감님 포도밭에서 일해요.”
“할아버지 포도밭이요? 일꾼이에요?”
“그래요.”
“아니 그런데 누구 맘대로 내 방 문을 열어젖히고 일어나라느니 밥을 먹으라느니 신경질을 내는 거예요?”
지현이 쌀쌀맞게 따졌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귀 밥 좀 파요!”
“뭐, 뭐요?”
“잠귀가 그렇게 어두워서야 어떻게 농사를 짓겠다고 왔어요? 여섯 번을 부르고 문을 두드리는 데도 못 일어나니.”
남자가 말끝에 희미하게 혀를 찼고 지현은 불쾌했다.
“내가 농사를 어떻게 짓거나 말거나 댁이 무슨 상관이에요?”
“영감님이 밭 물려준다는 말에 맨발 벗고 뛰어온 모양인데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자격? 무슨 자격요?”
“포도밭을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냐고요.”
“여보세요!”
지현이 허리에 손을 짚고 노려봤다.
“그건 댁이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그건 할아버지와 내 일이에요. 어디서 일꾼 주제에 남의 가정사에 팥 나라 콩 나라에요?”
허리에 척 손 올려놓고 일꾼 주제에 이것이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느냐는 듯 호통 쳤지만 실은 속 여리고 겁 많은 지현인지라 남자가 밭 물려받을 자격운운 하며 소리칠 때부터 심장은 오그라들고 있었다.
지현이 제법 근엄하게 호통을 쳤는데 남자가 우습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세수나 해요.”
“뭐요?”
“여자가 그런 꼴을 하고 손도 씻지 않고 밥을 먹겠다니…….”
남자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리며 국 냄비 뚜껑을 열고 국을 푸기 시작했다.
지현은 민망함에 얼굴을 더듬으며 재빨리 주방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핸드백을 뒤져 콤팩트를 꺼내 얼굴을 비춰보던 지현은 방바닥에 이마를 받아버리고 싶은 기분이 됐다.
어제 밤에 맹 노인네에 가신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그냥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서울에서 김천으로 출발하기 전에 온갖 솜씨를 다 부려 화장을 하고 속눈썹까지 붙이고 속눈썹이 휘날리도록 마스카라를 떡칠했는데 자는 동안에 피지가 분비되면서 마스카라는 중병환자처럼 눈 주위에 번지고 인조속눈썹은 반쯤 떨어져 엉뚱한데 가서 붙어있고 립스틱은 어느새 다 지워져 없어져버렸다. 헤어스타일은 더 가관이었다. 귀신도 그런 귀신이 없을 정도로 완전히 쑥밭이었다.
“아으 쪽팔려.”
지현은 얼른 엉뚱한 곳에 붙어있는 속눈썹을 뜯어내고 클렌징크림을 듬뿍 덜어 얼굴에 비비고 시커멓게 번져있는 마스카라와 메이크업을 박박 문질러 닦아냈다.
냉큼 방에서 나온 지현은 마당 수돗가로 달려나와 물을 받아 세수를 했다.
“클렌징 폼을 깜빡하고 안 챙겼네.”
수돗가에는 여자피부엔 결코 좋을 것이 없는 강산성 비누밖엔 없었다. 클렌징 폼 안 갖고 왔다고 세수 안 할 수는 없고 지현은 속히 클렌징 폼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강산성비누 거친 거품을 얼굴에 문지르며 세수를 했다.
지현이 세수를 끝내고 기초화장을 하고 기웃거리며 부엌으로 돌아갔을 때 남자는 그새 아침을 다 먹었는지 상을 치우고 있었다. 씹지도 않고 삼키는 모양이다.
“배고프면 알아서 차려먹어요.”
누가 저더러 밥 차려 달랬나 남자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밥 안 먹어요. 커피 마실 거예요.”
지현이 남자와 똑같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싱크대를 뒤지는데 남자가 커피 없어요 하고 중얼거렸다.
“커피 없어요?”
“마시는 사람이 없어요. 영감님이나 나나 커피 마시면 밤에 잠 못 자서 안 마셔요.”
‘촌스럽긴…….’
지현이 입술을 실룩거리는데 남자가 싱크대 앞에 서더니 설거지를 했다.
“저기요, 그런데 할아버진 어디 계세요?”
“영감님은 마을 어르신들하고 온천관광 가셨어요.”
“뭐라구요? 어딜 가셨……온천요?”
지현이 기함한 얼굴로 소리쳤다.
온천이라니, 땅 물려주겠다며 오라 해놓고선 김천에 당도한 다음날 땅 주겠다던 할아버지가 온천엘 갔다니!
이것이 무슨 사건인고 하니 사건의 발단은 신 새벽에 걸려온 당숙 할아버지의 한통의 전화에서 비롯됐다. 자그마치 삼만 평의 포도밭을 물려주겠다며 온 식구의 눈이 순식간에 뒤집어지게 만든 전화 말이다.

 

출처 : 양파북(www.yangpa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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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라마여왕 | 2008/07/05 11:05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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